지난달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12·3 비상계엄 관련 이후 사안과 관련해 기소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의 첫 재판이 19일 연달아 열렸다. 여기에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관련 첫 선고를 앞둔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 미임명 및 졸속 지명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의 첫 재판도 포함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뉴스1 ◆특검 “‘尹 탄핵 막아야 한다’ 메모 증거 신청 예정”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확인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 등은 이날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 측은 2024년 12월4일 한 전 총리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인 ‘당·정·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메모가 작성됐다고 밝히며 “이 메모는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 조지호 전 경찰청장 탄핵심판 등 다수 사건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한 전 총리 등이 헌법재판소의 진행을 방해하고 선고를 지연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이러한 발언은 한 전 총리의 사건이 내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나왔다. 특검팀은 내란 범죄 수사 중 인지한 관련 사건도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라고 반박하며 이번 사건 역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내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재판부는 특검 측의 증거 신청 관련 피고인들의 의견을 정리하며 “피고인 측 여러 의견서를 보면 최상목 (공소사실) 부분은 다른 피고인들의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고 별도로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검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특검 측은 재차 당·정·대 회의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여권, 정부 관계자들의 모의가 이 사건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전 부총리가 해당 회동에 참석하진 않았으나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최 전 부총리를 관련 사안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최 전 부총리 측은 “완전 별개의 범죄다.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과 피고인들 측에 최 전 부총리의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혐의(직무유기) 및 위증 혐의 사건을 다른 피고인들 사건과 분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도 물었다.
특검 측은 “(한 전 총리 등의) 직권남용 사건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부터 재판관 공석이 생겨 후보자 2명을 졸속 인사검증하고 지명하고자 한 일련의 사건”이라며 “그 범행 동기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속해 분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분리해야 하나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위증 혐의 부분은 분리해서 진행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의 변호인은 “일련의 행위라는 게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건지 공소장에 특정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직권남용과 관련해 최상목 피고인이 어떤 관여를 했다는 건지, 특검이 제출한 명단만 봐도 최상목 피고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도 “최상목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를 분리해서 심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양쪽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다음달 3일 1차 공판기일을 열고 분리 여부를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추천한 마은혁·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내란 특검에 의해 추가 기소됐다.
한 전 총리가 탄핵 소추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은 최 전 부총리는 마 후보자에 대해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한 채 정·조 후보자 2명만 우선 임명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전 부총리는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한 전 총리 재판 등에서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을 받아 본적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복귀한 뒤 대통령실 인사인 정 전 실장,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 등과 소통하며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완규 당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혐의(직권남용)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이와 별개로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박성재·이완규도 재판 시작…26일 첫 공판기일 같은 재판부인 중앙지법 형사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오전 내란 중요임무종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박 전 장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전 처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도 진행했다. 준비기일이어서 박 전 장관와 이 전 처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에서 박 전 장관을 기소한 다른 사건 공판이 진행될 예정인 점을 들며 재판부에 “이를 고려해 기일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박 전 장관에 대해 먼저 집중 심리한 뒤 이 전 처장 심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달 26일부터 첫 공판을 열고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장관은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비상대기 명령을 내리고 합동수사본부로의 검사 파견 검토 및 교정시설 수용 공간 확보 지시 등을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로부터 2024년 5월 자신의 수사 상황을 묻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담당 부서 실무진에게 이를 확인하라고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도 있다.
이 전 처장은 2024년 12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2024년 12월4일 열린 ‘삼청동 안가 회동’이 친목모임이었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동에는 박 전 장관과 이 전 처장, 김 전 민정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란 특검팀은 이 안가 회동이 같은 날 오후 먼저 열린 당정대 회의의 후속 모임이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이 회동 참석 전후로 계엄 관련 문건을 준비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는 게 내란 특검팀의 판단이다.
홍윤지 기자 h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