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23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다음달 8일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로서 적합한지 아닌지를 지금 주권자인 국민에게 판단받기 위한 것”이라며 조기 총선에 총리 재신임 투표의 성격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의원 선거는 정권 선택 선거라고 불린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다카이치 총리, 그렇지 않으면 노다(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총리냐 사이토(데쓰오 공명당 대표) 총리냐 다른 분이냐가 된다”며 “나 자신도 총리의 진퇴를 걸겠다”고 말했다. 중의원 선거 후 의회에서 총리 지명 표결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 총선 결과에 따라 ‘정권 강화’와 ‘정권 교체’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내각 출범 3개월 만에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자신의 절박감을 호소하는 동시에 선거구도를 ‘다카이치 대 야당 대표’로 짜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당 지지율의 2배가량인 높은 내각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정적 의석을 확보,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아사히신문이 17·18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7%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 목표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과반 의석수 확보’를 내걸었다. 현재 중의원(총 465석) 의석수는 회파(會派·의원 그룹) 기준 자민당 199석, 유신회 34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확보한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는 임기 3분의 1도 안 지난 중의원 해산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약 30분에 걸쳐 해산 결단을 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도 중의원 해산·총선거 찬성은 36%로 반대 50%를 밑돌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가의 근간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 전환을 국민께 정면으로 보여주고 그 옳고 그름에 대해 당당하게 심판을 받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의 책무”라고 말했다. 연립정권의 틀이 바뀌면서 새로 도출된 정책에 대해 유권자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안보정책의 근본적 강화를 위한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왕실 전범 및 헌법 개정, 스파이 방지법 제정, 국가정보국 설치 등 유신회와 합의한 보수적 정책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최근 ‘희토류 규제’ 카드를 꺼내 든 중국을 겨냥해 “세계가 의존하고 민생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물자를 통해 다른 나라를 굴복시키려는 경제적 위압 움직임을 보인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입헌민주당(현 148석)과 공명당(24석)이 결성한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이날 ‘합의의 정치’와 ‘생활자 퍼스트’를 강조한 강령을 발표하며 당 통합과 선거 준비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신당에 대해 ‘기대한다’는 반응은 28%에 그쳐 아직은 파괴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