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 본사에서 차로 30여분 가면 도요타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TTCS)가 있다. 모터스포츠 전문브랜드 GR(가주레이싱), 고가 브랜드 렉서스를 중심으로 도요타가 개발하는 차의 연구개발과 실증을 책임지는 거점이다. 2018년 짓기 시작해 부분적으로 운영하다 지난해 모든 구색을 갖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마스터 드라이버' 도요다 회장, 사고차 전시 "사고에서도 배운다" 개발노하우 지속 반영
방문객 접견 장소로 쓰는 건물 2층에는 사고로 앞 유리창이 깨지고 군데군데 찌그러진 차가 전시돼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2년 전 시험주행 중 사고로 전복된 소형차 GR야리스다. 도요다 회장은 직접 경주대회에 나갈 정도로 운전을 배웠다. 일종의 '부캐'격으로 '모리조'라는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내에선 마스터 드라이버로 통한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주행 질감을 느끼면서 개발진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은 지난달 31일 한국 취재진과 만나 "당초 VCS(차체자세제어장치) 기능을 꺼뒀는데 주행 도중 시동이 한 번 꺼지면서 기능이 초기화됐고 (운전자가 원치 않게) 제어기능이 작동하면서 운전자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고 비탈에 부딪혀 넘어졌다"면서 "당시 사고 영상을 분석해 기능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사고 후 운전자 대처요령 등을 배우는 교재로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 사고 당시 인근에서 주행상황을 지켜보던 개발진 가운데 한 명이다. GR야리스도 그가 담당한 프로젝트다.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크고 작은 경험은 이후 차량에 반영한다.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도 여럿이다.
도요다 회장이 낸 사고는 이곳 TTCS에서 났다. TTCS는 총면적이 650만㎡, 도쿄돔 140개 정도가 고스란히 들어갈 정도로 광활한 부지에 자리 잡았다. 본사 기술센터의 10배, 또 다른 연구개발거점인 히가시후지 연구소보다 3배가량 크다. 다른 곳과 차별화된 시설은 일본의 뉘르부르크링을 표방하며 만든 컨트리로드 시험코스다.
숲으로 둘러싸여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은 100여년 전 생겨난 서킷으로 혹독한 주행환경으로 악명 높다. 컨트리로드는 이러한 뉘르부르크링을 4분의 1 크기로 모사했다. 거친 노면과 최고 75m에 달하는 고저 차, 까다로운 선회구간이 있어 이곳에서 검증된 차량 성능이라면 일반 도로에선 거뜬하다고 볼 수 있다.
도요다 회장은 지난해 4월 준공 당시 "우리가 더 많이 운전하고 차를 부술수록 자동차 완성도가 높아진다"며 "시모야마 도로에서 개발한 자동차는 전 세계 도로를 달리며 많은 사람을 웃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뉘르부르크링에 도요타 없다" 분노 밑천
코너에서도 100㎞/h로 거뜬히 빠져나와
이날 한국 취재진은 컨트리로드 코스 설계에 참여했던 토요오카 부장, 평가 드라이버로 있는 야부키 히사시 처완 기능양성부 주사 등이 운전한 GR야리스와 GR코롤라 동승 시승을 했다. 최고속도 200㎞, 선회구간에서도 시속 100㎞를 넘기며 고저 차가 큰 곳에선 차가 놀이기구처럼 날아오른다.
그럼에도 차량이 불안하다는 인상은 거의 없다. 극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강성을 보강하고 현가장치도 그에 맞춰 설정하는 등 잘 달리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역량을 쏟아부은 덕이다.
토요오카 부장은 "모리조(아키오 회장)가 뉘르부르크링에서 주행 연습을 할 때 도요타 차량이 달리지 않는 상황을 속상해했다"며 "주변에서 '도요타는 이런 차(고성능차) 못 만들잖아' '너희는 안돼'라는 얘기를 듣고 분한 마음이 들어서 GR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도요타 모토마치 공장 내 GR팩토리 역시 '잘 달리는 차를 만들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일본 내 첫 승용차 전용공장인 이곳에 고성능 전용 생산라인인 GR팩토리가 들어선 건 2020년. 직원 400여명이 하루 100대, 월 2000대 규모만 만든다.
완성차 조립라인에서 볼 법한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효율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정밀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 그에 맞춰 셀 생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차체 하부 용접, 서스펜션 장착 등 공정을 구역별 셀 단위로 나눈 방식을 뜻한다. 각 셀을 무인운반차(AGV)가 연결하며 생산공정이 이어진다. 컨베이어라면 정해진 시간 안에 공정을 마치고 다음으로 넘어가지만 이곳에선 필요할 경우 멈춰 세워 세밀하게 진행해야 하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최종 조립과정을 거친다.
스즈키 세이지 GR 프로젝트 매니저는 "모든 부품을 다 측정·계측한 후 최적의 조합을 해석 시스템을 통해 찾고 해당 조합대로 장착한다"며 "0.1㎜ 오차라도 그게 누적된다면 누구나 알 법한 차이가 생기며 서킷에서 한계주행을 하면 그 부분이 더 명료히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다(일본)=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