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가구 미만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재건축이 빠른 사업 추진 속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단지 규모가 작아 3.3㎡(평)당 공사비가 높고, 분양 수요가 적은 것이 걸림돌이다. 공사비를 회수하기 힘든 사업이다 보니 시공사들도 손사래 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용적률을 높이는 등 사업성을 개선에 나섰으나,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동작구 극동강변아파트는 지난달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두 번째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0월 효성중공업, HJ중공업, 진흥기업이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정작 시공사 선정을 하는데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은 오는 18일 입찰을 마감한다. 이 단지는 동작 본동 일대에 지하 3~지상 24층 높이의 아파트 14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용산 원효로 풍전아파트는 현재 소규모재건축조합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단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도보 6분 거리로, 여의도 생활권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조합은 입지적 선호에 힘 입어 14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2023년 시공사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사실상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성북구 정릉스카이연립 소규모재건축 조합도 비슷한 이유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두 차례 현장 설명회를 열었지만, 참여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는 시공사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소규모 재건축은 사업면적 1만㎡ 이내이면서 기존 단지 가구 수가 200가구 미만인 소형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안전진단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조합 설립 이후 착공까지 짧게는 2~3년이면 사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아 사업 자체가 쉽지 않다. 최근 서울 대단지 현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도,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소규모 단지의 경우 대규모 사업장처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단지를 시공할 때는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소규모 단지는 소량 발주를 해야 하니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한다"며 "통상 일반 재개발 재건축에 비해 인건비와 자잿값이 5% 비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분양 성공률도 낮기에 시공사들은 소규모 단지를 기피하고 있다. 최근 정비업계에서는 입지가 좋은 사업장일수록 분양이 완료된 후 공사비를 지급하는 '분양불' 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 청약 수요가 대단지에 비해 적은 소규모 단지를 시공했다가, 미분양이라도 나면 공사비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입지는 대게 분양불 방식으로 계약하려 한다"며 "시공사들은 완판이 예상되는 사업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소규모 재건축에 대한 수주 선호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사업성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2종·제3종 일반주거지역 내 소규모 건축물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인 250%, 300%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건폐율이 50%일 경우, 용적률을 300%까지 적용하면 기존 4~5층에서 2~3개 층을 더 올릴 수 있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서울 모 소규모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소규모 재건축은 단지 규모가 작아 일반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 상승분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어도 용적률이 400%는 넘어야 사업성이 나온다고 생각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비사업 사업성은 일반분양을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고분양가가 가능한 서울 주요 입지를 제외하고, 소규모 재건축은 주목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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