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건설기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해외 투자개발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그동안 도급 시공(EPC) 위주였던 수주 구조를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방식(EP+F)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12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정부 해외건설 정책방향'을 의결했다.
정부가 전주(錢主) 역할…대기업 50%·중소기업 60% 지원
정부는 먼저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과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기업매칭펀드'(COrporate PArtnership Fund, 가칭)를 새로 도입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지분 투자가 필요한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국토부 산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함께 돈을 댄다. 지원 비율은 대기업의 경우 50%,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최대 60%에 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한·미 통상협력 등 외교 성과가 실질적인 수주로 이어지도록 G2G(정부 간) 사업 지원을 강화한다. 정부는 긴급 타당성 조사 제도를 활용해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KIND가 선제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리스크를 줄여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KIND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린다. 그동안은 사업당 투자 규모가 작아 지분율 확보에 한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업 의사결정권이나 주도권을 쥐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현재 사업당 평균 300억~1000억원 수준인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연간 투자 건수도 현재 9건에서 대폭 늘린다. 자본금(현재 6000억원)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건설사업·프로젝트관리(CM·PM) 기업이 투자개발사업에 참여할 경우 KIND 투자한도를 기존 '수주효과 1배'에서 '3배'로 완화한다.
글로벌 디벨로퍼·국부펀드와 손잡고 해외협력센터 금융허브화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한 우량 사업 발굴에도 나선다. 호주의 매쿼리(Macquarie),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인베스트(Vision Invest), 일본의 스미토모(Sumitomo)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 특화된 글로벌 디벨로퍼와 손잡고 공동 펀드를 조성한다. 공동 펀드를 통해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우리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면 사모펀드(PEF)를 통한 투자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만투자청(OIA), 인도네시아 국부펀드(INA) 등 주요국 국부펀드와도 KIND가 5대 5 비율로 자금을 매칭해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알짜 사업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다자개발은행(MDB)과의 협력도 강화해 진출 기회를 넓힌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MDB가 발주하는 초기 컨설팅 사업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 정보 제공과 제안서 작성을 지원한다. 사업 초기부터 한국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본사업 수주 확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7개 주요국에 설치된 '해외인프라협력센터'를 글로벌 금융 허브로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사업 개발과 투자 기능을 부여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플랜트와 인프라 등 단순 도급 사업의 수익률은 3~5%에 불과하지만, 투자개발사업은 10%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저가 공세로 단순 시공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상황에서 금융을 결합한 패키지 수주로 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반도체·원전 등과 '원팀'으로
건설사가 단독으로 수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제조업 등 타 산업군과 함께 진출하는 융합형 수주도 적극 추진한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제조기업이 해외 공장을 건설할 때, 이미 검증된 시공 능력을 갖춘 우리 건설기업이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전이나 플랜트처럼 건설 기술과 산업 설비 기술이 결합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범부처 수주지원단'을 가동해 정부 차원에서 통합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디지털 및 스마트 기술 관련 신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 데이터센터 수출을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BESS)과 송배전망 건설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IT기업과 건설사가 협업하는 디지털트윈 사업도 유망 모델로 제시했다. 2023년 네이버·한국국토정보공사(LX)·한국수자원공사가 사우디 5개 도시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을 수주한 것이 대표 사례다. 철도·공항은 설계-시공-운영을 묶어 주력 패키지 상품으로 수출한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다자개발은행(MDB)이 품질 중심 조달규정을 도입하면서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입찰 신고 '10일 전→당일'…청년 채용땐 월 150만원 지원
해외 현장의 발목을 잡던 행정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해외건설촉진법상 정부 통보 대상을 7개에서 6개로 줄이고, 해외건설촉진법상 정부 통보 대상을 7개에서 6개로 줄이고, 신고 기한도 기존 '입찰 예정일 10일 전'에서 '입찰 예정일 전'으로 바꿔 급박한 현지 입찰 일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모호했던 '사고' 보고 기준을 명확히 정비해 불필요한 과태료 부과 우려를 없앴다.
해외 현장 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책도 담겼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현장훈련(OJT) 지원금을 월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리고, 지원 기간도 12개월에서 최대 24개월로 늘린다. 해외건설·플랜트 특성화고와 PPP 특성화대학 지정도 확대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금융역량을 강화해 해외건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우리나라는 건설수지가 경상수지에 기여하는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작년 누적 수주 1조 달러를 돌파했다"며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인 해외건설 산업을 적극 육성해 양질의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잉어빵 맛으로 알아보는 내 성격 유형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