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전사고로 홍역을 치른 포스코이앤씨가 이번에는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들과 연이어 충돌하며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광주광역시와의 수천억 원대 운영비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기 광명시는 신안산선 붕괴 사고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까지 예고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리스크'를 넘어 '지자체 갈등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건설 현장의 붕괴 사고와 관련해 재시공 요구와 함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단순 보수·보강으로는 구조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통로박스(도로 하부에 설치된 직사각형 터널 형태의 구조물)와 수로암거(도로에 고이는 물이 빠지도록 땅속에 관 모양으로 설치한 배수로)의 전면 재시공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사·형사·행정 책임을 모두 포함한 전면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 사고는 지난 4월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 환기구 공사 과정에서 현장과 인근 도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졌다. 시에 따르면 현장 인근 오리로의 통로박스 이용이 중단되면서 도로 통행 제한과 버스 우회 운행 등 시민 불편이 장기화 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8개월이 지났지만, 인근 구석말 지역의 주민과 상인에 대한 피해 보상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기업은 법의 기준을 말하지만, 주민들은 삶의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내년 설 명절 이전에 보상을 완료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연이은 사고를 두고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이번 사안을 대한민국 건설 안전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시와의 갈등은 신안산선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시는 최근 포스코이앤씨가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를 무단 방류하고 미신고 폐수배출시설을 설치·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광주광역시와의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시설(SRF) 운영비 분쟁에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3년 나주 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4년간 SRF 시설 운영이 멈춘 데 따른 손실 보전을 요구하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운영비 청구액은 2100억 원 규모다. 중재심판은 현재까지 8차례 열렸다. 그러나 운영비 감정 방식과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판단이 미뤄지고 있다. 광주시는 이에 대해 "시민 혈세로 기업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명과 광주 사례는 모두 포스코이앤씨가 수행 중인 공공사업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지자체의 시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공사업에서 안전과 환경,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수 요소로 꼽히는 만큼, 이번 갈등은 포스코이앤씨의 향후 공공사업 참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이 발주처와의 갈등인데, 광명·광주처럼 사업 규모가 큰 지자체와 동시에 마찰을 빚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소송에서 일부 이긴다고 해도 향후 공공사업 수주에서는 치명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의사결정 구조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오너가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장기적인 평판 리스크보다 당장의 재무·법적 부담을 줄이려는 판단이 우선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지자체와의 충돌이 상시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으며, 현재도 조사와 복구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안산선 사고의 경우 국토교통부 조사와 안전진단 등 선행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재시공 여부나 손해배상 범위를 단정적으로 확정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며 "공공사업 특성상 지자체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갈등이 길어지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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