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없이도 위험신호 전달… 프라이버시·안전 다 잡아 [CES2026 ‘K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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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이도 위험신호 전달… 프라이버시·안전 다 잡아 [CES2026 ‘K히든챔피언’]
⑥ 유니유니 ‘쌔비’ 비식별 데이터 기반 AI 솔루션 낙상·이상행동 등 사전에 감지 실시간 알림 통해 곧바로 대응 얼굴 이미지 등 저장 안해 안심 공공·의료시설 약 700대 설치 CES 혁신상 2개 분야 수상도
불법촬영, 낙상, 폭력, 성범죄….

화장실에서는 수많은 사고가 일어난다. 그렇다고 ‘가장 사적인 공간’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없다. 병원이나 요양시설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프라이버시 보호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유니유니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수연 유니유니 대표가 지난 24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 유니유니 본사에서 ‘CES 2026’ 혁신상을 받은 비식별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솔루션 ‘쌔비’(Savvy)를 소개하고 있다. 유니유니 제공 지난 24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한수연 유니유니 대표는 비식별 데이터 기반 AI 솔루션 ‘쌔비’(Savvy) 개발 계기를 묻자 “가장 위험한 공간일수록 기술이 가장 제한돼있다는 점이 늘 의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쌔비는 카메라가 없어도 공간의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다. 영상 대신 거리·움직임·음향 등 초저해상도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공간 내 행동 패턴을 인식한다. 한 대표는 “쌔비는 감시가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AI”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촬영하지 않는 쌔비는 공중화장실, 병원·요양시설, 학교, 스포츠센터 등 민감한 공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낙상이나 장시간 체류, 폭력·비명 등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관리자나 대응 시스템에 알림이 전달된다. 모든 판단은 장치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외부로 전송되는 것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알림 정보뿐이다. 얼굴이나 신체 이미지를 수집·저장하지 않아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내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 혁신상 심사에서도 이 점이 높게 평가됐다. CES는 쌔비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설계한 커뮤니티 안전 AI’로 소개하며, 카메라 활용이 제한되는 공간에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새로운 ‘피지컬 AI’ 모델로 주목했다. 현장 실증에서도 높은 감지 정확도를 기록하며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유니유니는 현재 국내 공공시설과 의료·복지 영역을 중심으로 쌔비 약 700대를 설치했다. 한 대표는 “현재까지 21건의 낙상, 성행위 등 이상 행동을 감지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기존에는 사고가 일어나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공간에서 실시간 알림을 통해 현장 대응과 귀가 조치, 행위 중단 등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스위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현장 반응은 기술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한 대표는 “화장실 관리 업무를 맡은 분이 ‘이런 기술이 가능한 세상이 올 줄 몰랐다’고 말씀하신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쌔비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인간 존중형 AI”라고 말했다.

유니유니는 CES 2025 ‘스마트 시티’ 부문 혁신상 수상에 이어 이번에는 두 개 분야(스마트 커뮤니티·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 지원)에서 동시에 혁신상을 받았다. 한 대표는 이번 수상이 기술력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안전 기술’이라는 방향성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혁신상 수상 이후 해외 기관과 파트너의 신뢰도가 높아졌고, 글로벌 진출의 전환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유니유니의 목표는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공공·의료·돌봄·도시 인프라 전반으로 쌔비 적용을 확대하고, 내년까지 수출 1000대를 달성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기술은 반드시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 앞으로도 기술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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