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이 내년부터 일부 수입 상품의 관세를 조정해 민생 안정과 고급 제조업, 친환경 산업 육성에 나선다. 관세 인하를 통해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대한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30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29일 공고를 통해 2026년 관세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중국은 총 935개 품목에 대해 최혜국세율보다 낮은 수입 잠정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국제 두 시장과 두 자원의 연계 효과를 강화하고, 양질의 상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일부 핵심 부품과 첨단 소재의 수입 관세를 인하해 고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현대화된 산업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 이번 조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예컨대 프레스기용 수치제어(NC) 유압 쿠션과 이형 복합 접점대 등은 관세 인하로 고급 제조업 발전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부품은 자동차 차체·섀시 부품 생산뿐 아니라 가전과 항공우주 등 고정밀 제조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기계공업연합회는 "이번에 수치제어 유압 쿠션에 6%의 수입 잠정세율을 적용한 것은 중국의 기술 장비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고, 관련 상·하류 산업의 품질과 효율을 함께 높이며,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화 산업 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 조정안은 친환경 전환에도 초점을 맞췄다. 리튬이온전지용 재생 블랙 파우더, 소성되지 않은 황철광 등 자원성 상품의 수입 관세가 인하된다. 재생 블랙 파우더는 리튬전지 양극재 원료로 활용 가능해 원료 공급원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재생 블랙 파우더 1만톤을 수입할 경우 원생 광물 채굴을 약 50만톤 줄이고 탄소 배출도 2만5000톤가량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민생과 직결된 의료 분야에서도 관세 인하를 이어간다. 조정안에 따르면 내년 인조혈관과 일부 감염병 진단 시약 키트 등 의료 제품의 수입 관세가 낮아진다. 당국은 이를 통해 심뇌혈관 질환 등 관련 치료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 건강 보장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기술 발전과 순환경제, 임하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 바이오닉 로봇, 바이오 항공유, 임하 산삼 등이 새롭게 관세 세목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관세 세목 총수는 8972개로 늘어난다. 바이오 항공유는 폐식용유 등 재생 자원을 활용해 생산되는 지속가능항공연료로, 기존 항공유 대비 전 생애 주기 기준 탄소 배출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 산업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기술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일부 제품은 국제 선도 수준에 도달한 만큼, 관련 세목 신설을 통해 무역 통계 관리와 산업 전략 수립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국은 내년에도 자유무역협정(FTA)과 특혜무역협정에 따라 34개 교역 상대국을 원산지로 하는 일부 수입 상품에 협정 세율을 적용한다. 또 중국과 수교한 43개 최빈개도국에 대해서는 100% 세목 상품에 무관세 혜택을 유지해, 이들 국가와의 경제·무역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