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22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이 연말 들어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종가 수준은 가까스로 낮췄지만 연중 내내 우리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높은 환율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외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연평균 1420원 이상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며 환율이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으로 집계됐다. 외환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각종 수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올 연말 환율 종가는 지난해(1472.5원)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21.97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평균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었던 1998년 외환위기(1394.97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276.35원), 2024년 계엄 사태(1364.38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연평균 환율 수준은 국내 경제 여건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다. 아주경제신문이 외환 전문가 8인에게 적정 환율과 내년 환율 전망치를 설문 조사한 결과 우리 경제 펀더멘털 대비 적정 환율은 대체로 1350~1400원으로 제시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우리나라 적정 환율을 1330원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만큼 수급 변수가 펀더멘털 요인을 압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평균 1420원대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고환율이 고착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자본 유입과 국내 투자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전문위원도 “직전 한 달간 1400원 중후반대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었던 건 확실하다”며 “내수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적정 물가를 유지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적정 환율 수준은 1360원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에도 펀더멘털을 뛰어넘은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외환 수급 변화로 내년에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상단은 1510원까지 열어뒀다. 외환당국의 수급 안정화 대책이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원화 약세를 일부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고환율 흐름 자체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원화 약세가 일부 되돌림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인 수급 변화로 원·달러 환율의 하방 경직성은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역수지보다 내국인 해외 투자 규모가 더 커진 데다 직접투자(FDI) 확대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경상 수급에서 달러 유입보다 금융계정을 통한 달러 유출 압박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서민지·장선아 기자 vitaminji@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