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214.17… 2025년 75% 급등 역대 3번째 ‘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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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214.17… 2025년 75% 급등 역대 3번째 ‘불장’
마지막 날 숨 고르기 장세로 마감 반도체 호황·상법 개정 등 호재 영향 1987년 93%·1999년 83% 이어 3위 2025년 G20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 코스닥 925.47 기록… 2025년 36.46% 올라 중소형주 소외 현상 심화는 과제로 서학개미 열풍 지속… ETF 300조 돌파
코스피가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숨고르기 장세를 보이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75% 넘게 오르며 역대 세 번째 불장을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과 상법 개정 등 호재가 맞물리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6.39포인트(0.15%) 하락한 4214.17로 장을 마감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연말 포트폴리오 수익률 관리를 위해 그간 크게 오른 종목을 위주로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90억원·3660억원대 순매도했고 개인이 홀로 8200억원대 매수 우위를 보였다.

다만 이날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11만9900원)와 SK하이닉스(65만1000원)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코스피2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605.98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전날보다 7.12포인트(0.76%) 내린 925.47을 기록하며 한 해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이날 최고치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지수 상승세는 가팔랐다. 이날 지수는 지난해 말(2399.49)과 비교하면 75.63% 올랐다. 원화 강세와 3저 호황이 나타났던 1987년(93%)과 정보기술(IT) 버블 시기였던 1999년(83%) 다음으로 국내 주식시장 역대 상승률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코스피는 지난 4월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탓에 지수가 2200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6월 정권 교체 이후 정부의 상법 개정안 통과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해 10월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다.

시장 활황에 힘입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외형을 키웠다. 국내 상장 ETF 순자산 총액은 올해 300조원을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말 173조원대였던 순자산은 1년 새 120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수 상승에 따른 자금 유입과 함께 미국 우량주, AI 같은 다양한 테마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다. 공모 펀드를 ETF처럼 거래할 수 있는 직상장 제도가 지난 10월 시행된 점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국내 증시의 역대급 성과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는 식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약 327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이어지자 당국은 이를 고환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달러 환전 수요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지수 상승이 대형주 위주로 이뤄지면서 중소형주 소외 현상은 심화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되자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80.6%에서 83.5%로 확대됐다. 밸류에이션 격차도 벌어졌다. 코스피 대형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연초 0.93배에서 1.46배로 뛰어 자산가치 이상으로 평가받은 반면 소형주는 0.45배에서 0.54배로 소폭 오르는 데 그치며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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