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데 대해 국제사회 반응은 엇갈렸다.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으나 이탈리아,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번 군사행동 결정을 두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 미국이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의 완전한 존중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며 “사무총장은 국제법 규칙이 존중받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이 선포된 상황이 아닌데 제3국(미국)이 유엔 회원국(베네수엘라) 정상을 그 나라(베네수엘라)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해외 이송한 행위에 대해 주권 존중과 영토 보존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강하게 규탄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주권국가에 서슴없이 무력을 사용하고 일국의 대통령에게 손을 쓴 것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미국의 공격은 “독립된 국가의 주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침해”라며 “깊은 우려와 규탄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3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시민들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및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내외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베네수엘라는 이번 사태를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사용을 삼가야 한다’는 유엔헌장을 위반해 벌인 ‘식민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이를 지지함에 따라 안보리는 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6일 자정)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은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국제법을 위반해 지역에 불확실성과 호전성을 불어넣는 개입 역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친트럼프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외부 군사 행동이 전체주의 정권을 종식하는 방법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의 이번 작전은 마약 밀거래 등에 맞선 ‘방어적 개입’으로 “정당하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유와 정의를 위한 용감하고 역사적인 리더십”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 엑스(X)를 통해 “마두로 독재정권에서 벗어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기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망명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로의 정권 이양을 지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흡족한 듯 이 글을 공유했다. 그러나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만이 자기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며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는 등 정부 내 이견이 드러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인근 중남미 국가들은 “역내 미국 간섭의 가장 어두운 순간”(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자유가 전진한다”(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며 좌우 성향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일본은 사태 발생 후 약 24시간이 지나서야 “자유, 민주주의, 국제법 원칙 존중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베네수엘라 정세 안정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대변인 명의 입장을 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