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의 공식 개막 첫날인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날아온 정 회장은 이날 오후 황 CEO와 전격 회동했다. 지난해 10월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치맥을 즐겨 화제를 모았던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약 3개월 만의 재회로, 글로벌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 ‘2차 깐부 회동’이 됐다.
퀄컴 부스 찾은 정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CES 2026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퀄컴 부스에서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악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 정 회장과 황 CEO의 만남은 오후 1시50분쯤 퐁텐블로 호텔 엔비디아 부스 내 미팅룸에서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정 회장은 회동에 앞서 황 CEO의 딸인 매디슨 황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약 30분간 이어진 면담에선 엔비디아가 전날 발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양사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오전 9시40분쯤 현대차그룹의 전시장이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도착해 쉴 틈 없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두산, 현대차, 퀄컴, LG전자 등 주요 기업의 전시관을 차례로 방문하며 최신 기술 경향을 점검했다.
특히 삼성전자 전시관에선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에게 즉석에서 협업을 제안해 화제가 됐다. 정 회장은 “삼성 로봇청소기에 저희 ‘모베드’(소형 모빌리티 플랫폼)를 결합하면 뒤집히지도 않고, 높낮이 조절도 되어 청소 흡입이 더 잘될 것”이라며 “저희랑 한번 콜라보(협업) 하시죠”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롤란트 부슈 지멘스 CEO의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2차 깐부 회동의 또 다른 주인공인 황 CEO는 ‘AI 대부’로서 전날 특별 연설에 이어 이날도 CES 현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황 CEO는 오전에 퐁텐블로 호텔에서 언론 및 애널리스트 대상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의 최신 AI 칩인 ‘H200’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중국 수출 승인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모았다. 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에 대해선 “엔비디아가 최초이자 사실상 유일한 초기 소비자”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HBM4 공급 준비를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 CEO는 베니션 호텔에서 열린 롤란트 부슈 지멘스 CEO의 기조연설 무대에도 깜짝 초청 연사로 등장해 양사의 디지털 트윈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기계나 공장 설비 등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위험 부담 없이 다양한 실험을 거쳐 최적의 해답을 찾고 비용과 시간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산업계의 필수 솔루션으로 꼽힌다. 황 CEO는 이 과정에서 양사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이 적용된 구체적인 사례로 HD현대 조선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CES 2026이 공식 개막하면서 라스베이거스 일대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10시 개막 카운트다운과 함께 전시장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입장했고, LVCC에 마련된 LG전자·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 전시장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독일 매체 윈퓨처의 롤란트 퀀트 기자는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장으로 LG전자를 꼽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CES 인파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년째 CES 행사에서 셔틀버스를 운행 중인 A씨는 “확실히 한국인, 중국인이 예년보다 많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LVCC에도 빈 곳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보통 한국과 중국은 미국에 이어 CES에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하는 나라인데, 양국 모두 참가 기업이 대폭 줄었다. 한국은 고환율 여파로 참가 기업이 1031개사에서 853개사로,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비자 심사 강화로 1339개사에서 942개사로 줄었다.
라스베이거스=이동수·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