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전개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 법정에 세웠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권한대행으로 하는 과도 정부를 세우고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당분간 운영(run)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베네수엘라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내부 권력 다툼과 서반구 패권과 마약, 석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군사 작전을 전개해 수도 카라카스 안전가옥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했다. 5일부터 미 법정에서 마약 테러 공모 등 4개 범죄 혐의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퇴진 제안을 거부한 마두로 대통령을 상대로 그간의 위협을 실제 실행에 옮긴 것이다.
美, 베네수엘라 침공 이유는…패권·석유·마약?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마두로 대통령 체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을 두고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미국이 서반구에 우선순위를 두며 서반구에서 미국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돈로주의(미국 고립주의를 상징하는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에 따른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식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 콜롬비아와 쿠바 등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과거 캐나다 합병이나 파나마 운하 운영권 회수 발언 등도 서반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5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미국은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하고 우리 국토와 해당 지역 전역의 핵심적인 지리적 접근권을 보호하기 위한 먼로주의를 재확인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위에 "이것은 우리의 반구"라는 글귀가 적힌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석유 이권도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 1위로 꼽히는 나라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전쯤 미국 석유회사 경영진에게 "준비하라"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우고 차베스 정권 때 베네수엘라가 유전을 국유화하며 미국 기업들이 손해를 입은 것을 언급하며 이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엔 미국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가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돈을 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8일 주요 석유 회사 임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마두로 정권을 공격하고 베네수엘라 선박을 타격하며 마약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 법정에서 마약 밀매 공모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유통되는 마약 중 베네수엘라산의 비중은 적다. 베네수엘라의 마약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단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의제인 반이민 및 마약 유입 차단 기조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물가 등으로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반이민과 마약을 앞세워 베네수엘라를 치면 지지층과 공화당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 그간 '미국 우선주의'하에 고립 노선을 지지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도 이번 공습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다만 베네수엘라에 대한 개입이 장기화할 경우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태를 기억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줄 타기 베네수엘라 과도정부…향후 앞날은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접수한 뒤 예상을 깨고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나 2024년 대선 실제 승리자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등 야권 인사들 대신 마두로 정권의 2인자였던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손을 잡았다. 그는 베네수엘라 핵심 부처인 석유부 장관을 겸임했으며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이 친오빠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야권 지도자 마차도 대신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손을 잡는 데 석유 산업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미국에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미국이 축출한 마두로를 '단 한 명뿐인 대통령' '영웅'이라 칭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민심과 반미 성향이 강한 군부를 의식한 행보로, WSJ에 따르면 그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미국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비밀리에 전달했다.
그러나 향후 베네수엘라 정국의 향방은 로드리게스 부통령보다도 병력을 틀어쥔 대미 강경파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부 장관에게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2500만달러 현상금이 걸려 있는 만큼 미국이 포섭하기도 어려운 대상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을 지켜본 만큼 카베요 장관이 섣불리 미국에 반기를 들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현재로선 로드리게스 과도정부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변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가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실각시키면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손을 떠나게 된다. WSJ는 현지에서 카베요 장관이 권력을 장악하려 들 것이란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 램지 애틀랜틱카운슬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카베요 장관이 항상 권좌를 노려왔다며 "어떤 행정부도 그와 가까워질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델시는 트럼프의 귀에는 닿을지 몰라도 총을 쥐고 있지 않다. 그리고 카베요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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