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는 첨단 기술 뿐 아니라 사소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를 앞세운 제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초음파를 내뿜는 식칼부터 소리 나는 레고까지, 이번 CES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기발한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칼날에 음식물 안 묻는 초음파 식칼
주방용품 제조업체 '시애틀 울트라소닉'은 C-200이라는 주방용 식칼을 CES 현장에서 공개했습니다. 식칼보다는 전자기기에 더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제품이지요. C-200 손잡이에 달려 있는 주황색 버튼을 누르면 칼날이 초당 3만회 진동하며 초음파를 생성합니다. 이 초음파는 칼의 절삭력을 증폭할 뿐만 아니라, 음식물 찌꺼기가 칼날에 달라붙는 것도 방지합니다. C-200은 사용 후 자주 닦지 않아도 되고, 날 부분이 무뎌지는 속도도 더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애틀 울트라소닉에 따르면 C-200은 산업용 절삭 기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의료, 제조업 분야에는 초음파 절삭기가 활용되고 있었는데, 주로 플라스틱이나 필름 같은 소재를 깔끔하게 자를 때 이용했습니다. 시애틀 울트라소닉은 "초음파 덕분에 C-200을 사용하는 셰프는 일반 식칼보다 힘을 50% 덜 들이고도 식자재를 자를 수 있다"며 "사용자는 초음파를 볼 수도, 진동을 느낄 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9년 고민 담긴 레고의 역작, 스마트 플레이
이번 CES엔 낯선 기업이 찾아왔습니다. 테크나 IT와는 어울리지 않는 덴마크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입니다. 레고는 '스마트 플레이 시스템'이라는 전자 기기를 접목한 새로운 놀이법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레고는 다양한 사이즈의 블록을 조립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장난감이었지요. 스마트 플레이의 구성 요소인 스마트 브릭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긴 건 일반 레고 블록과 동일하지만, 대신 내부에 3D 자기장 센서가 들어갔습니다. 스마트 브릭은 주변 환경 변화를 감지하며 상황에 따라 적절한 소리를 냅니다. 레고 자동차를 빠르게 굴리면 엔진 소리를 내고, 비행기를 뒤집으면 조종사가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
레고는 2017년부터 수많은 시제품을 디자인하며 스마트 플레이를 고안했다고 합니다. 레고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절대 복잡해지지 않도록 '기술을 장난감 안에 숨기는' 설계를 채택했지요. 스마트 플레이는 디자이너들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기술 장난감인 셈입니다.
음식물 알레르기 성분 알려주는 휴대용 검사기
'알러진 얼럿'이라는 스타트업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휴대용 검사기'를 개발해 CES에서 선보였습니다. 이 검사기는 성인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에, 윗부분은 샘플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주입구가 달려 있습니다. 고체든 액체든 음식물을 주입구 안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인체에 민감한 성분들을 감지합니다.
알러진 얼럿은 비오메리유(Biomerieux)라는 프랑스 생명공학 기업에서 떨어져 나온 스핀오프 회사(모기업의 특정 사업 부문이 독립해 설립된 법인)입니다. 비오메리유는 미생물·병원균·암세포 검진 기기를 전문 제조하던 기업으로, 식품 안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알러진 얼럿을 분사했다고 합니다.
야생 조류 촬영…'험 블룸' 먹이통
취미와 기술을 결합한 기발한 제품도 이번 CES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새 모이통과 카메라를 결합, 새에게 먹이도 주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험 블룸'입니다. 험 블룸은 조류 촬영용 카메라 제조업체 버드파이가 개발한 제품으로, 꽃을 닮은 모이통 위에 카메라를 결합한 형태입니다. 꽃봉오리 부분에 꿀이나 씨앗 같은 새 먹이를 채울 수 있는데, 덕분에 벌새 같은 야생 조류도 경계심을 가지지 않고 모이통에 접근합니다.
험 블룸은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든 새를 관찰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버드파이는 "이 혁신적인 모이통은 카메라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조류를 360도 촬영할 수 있으며, 새의 깃털 하나하나부터 복잡한 동작까지 모두 녹화 가능하다"면서 "또 단순히 새를 먹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야생 조류가 기존 먹이 찾는 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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