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네이버] '한국의 구글' 네이버가 미국과 중국 기술 기업 중심의 글로벌 인공지능(AI)·클라우드 생태계에 대한 대안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김유원 네이버 클라우드 대표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된 FT 인터뷰에서 보안 우려로 미국이나 중국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을 꺼리는 국가들에게 네이버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각국의 환경에 맞춘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 통제권을 해당 국가가 직접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대기업들은 범용 AI 모델을 앞세워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그들은) 각국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AI 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전 세계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시장을 주도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데이터가 해외 클라우드에 저장될 경우 외국 정부가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자국 내 데이터 저장과 자체 시스템 구축을 중시하는 '소버린 AI'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는 기술 전반을 자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 미국 기업 대비 더 많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네이버는 AI 인프라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 AI 인프라 확장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국내에서는 삼성이나 현대보다 더 많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올해 AI 인프라 확장에 6억9000만 달러(약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GPU 6만 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독일과 일본, 싱가포르, 미국 서부 지역에서 클라우드 리전(거점)을 운영 중이고, 대만과 태국, 베트남, 미국 동부 지역으로의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모로코에는 5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소버린 AI 역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각 국가마다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 맥락, 종교, 가치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일본을 핵심 시장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영 주택기업과 협력해 국가 물리적 인프라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지 정부 및 파트너들과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놓고 초기 협의를 진행 중이다.
태국에서는 현지 기업 시암 AI 클라우드와 함께 태국어 AI 모델을 개발하고 AI 기반 관광 안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 인구 비중이 30%에 달하는 이즈모시에서 AI가 노년층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나온다. HSBC의 김준현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의 GPU 임대 사업이 디지털 트윈과 AI 클라우드 시스템의 빠른 상용화에 힘입어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 주가는 최근 12개월간 약 20%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위종현 중앙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네이버 검색엔진이 한국 외 지역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소버린 AI 구축에는 해당 국가의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네이버가 이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과거 해외에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못해 검색엔진 수출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며 AI 시스템 수출에서도 같은 한계를 반복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