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MBK신화②] "홈플러스? 나는 몰랐다"…김병주와 MBK의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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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MBK신화②] "홈플러스? 나는 몰랐다"…김병주와 MBK의 '책임 회피'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빚 갚을 돈이 없어서다. 법정관리 신청 즈음에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462%, 총 차입금은 5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직고용 직원만 2만명, 협력사를 포함하면 10만명의 생계가 끊길 위기가 갑자기 닥친 것이다.

그럼에도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는 "책임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구속 기로에 선 지금도 김 회장과 MBK는 "홈플러스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책임 공방의 1차 결론은 13일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과연 김 회장과 MBK는 홈플러스 사태에 책임이 없는 것일까. 
 "책임 없다"는 김병주...1년 전에는?12일 본지는 김 회장 등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홈플러스 경영책임에 대한 입장을 MBK 측에 물었다. MBK 측은 PR대행사를 통해 "홈플러스의 일상적인 운영과 경영은 홈플러스 이사회와 경영진의 몫"이라며 "김병주 회장은 투자 판단과 회의에는 참여하지만 개별 포트폴리오사의 사안에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김 회장과 MBK의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법적으로 홈플러스의 지배주주는 한국리테일투자㈜다. 이 회사는 2015년 MBK가 'MBK파트너스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또한 홈플러스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것이 김 회장과 MBK가 홈플러스 사태 책임을 회피하는 방어 논리다.  

그런데 이 논리는 김병주 회장의 이전 발언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르다. 김 회장은 2022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홈플러스 투자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통 산업 자체가 경쟁이 치열한데, 특히 '테크(기술)'가 부각돼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됐다. (홈플러스에) 테크 적용을 좀 더 신속히, 공격적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

또한 1년여 전인 지난해 3월에는 본인 명의로 LP들에 보낸 연례서신(Annual letter)에서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을 언급하며 "여러 이해관계자 중 일부는 주주와 비교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과실은 따먹고 부실 책임은 안지겠다?MBK 회장으로서 홈플러스 경영에 관여하고, 법정관리에 대한 책임도 일정부분 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당장 형사처벌 위기가 닥치자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을 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MBK 측은 "LP 레터는 MBK 수장으로서 투자 현황을 설명할 책임이 있어 보낸 것일 뿐, 실무를 직접 알아야만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주요 경영진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래는 MBK측 대외 창구인 PR대행사의 답변이다.  

Q. 김병주 회장 명의의 LP 레터가 지난해 3월 발송됐다. 레터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과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읽힌다. 그런데 최근에는 김 회장이 홈플러스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모순된 것 아닌가?
A. LP 레터는 MBK 파트너스의 수장으로서 LP들에 보낸 서신이다. 투자사 대표로서 서신을 보낼 수 있는 것이며, 반드시 실무 운영을 직접 알아야만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Q. 그렇다면 김병주 회장은 실무를 모두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임 경영 차원에서 레터를 보낸 것인가.
A. 실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회장은 MBK 파트너스의 수장으로서 투자 판단과 투자 관련 회의, 결정에는 관여한다. 다만 홈플러스의 일상적인 운영과 경영은 홈플러스 이사회와 경영진의 몫이다. 그것은 홈플러스의 수장인 김광일 부회장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그룹 입장문은 냈지만, 계열사나 지배 구조가 갈라진 곳에선 그쪽의 책임이 아닌가.

Q. LP 레터는 홈플러스가 아닌 MBK파트너스 투자자들에 보낸 것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는 말인가.
A. 그렇다. 해당 서신은 홈플러스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MBK 파트너스에 투자한 LP들에게 보낸 것이다. 김광일 부회장은 MBK 파트너스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LP 레터를 보낼 주체가 아니다.

Q. 그렇다면 김광일 부회장의 입장문이 별도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 김광일 부회장이 실무를 맡고 있는 주체는 홈플러스다. 따라서 김광일 부회장의 입장은 홈플러스 명의의 입장문으로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MBK 파트너스 차원의 입장은 김병주 회장 명의로 나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LP 레터는 펀드 운용역의 신뢰를 담보하는 엄중한 문서"라며 "이제 와서 실무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투자자 기만이거나 아니면 수장이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서신을 썼다는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더 날카로워지는 검찰의 칼날이러한 책임 회피에도 검찰의 칼끝은 점점 더 날카롭게 김 회장과 MBK를 겨누고 있다.

현재 검찰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직후 단 나흘 만에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을 한 과정에 김 회장 등 MBK 수뇌부의 조직적 승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기업회생을 전제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신영증권 등 채권 발행에 참여했던 금융사들은 "MBK가 부도 위험을 숨기고 자금을 조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대규모 분식 회계' 혐의도 적용할 전망이다. 핵심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다. 이 RCPS는 MBK가 실질적 지배하는 한국리테일투자가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제27기 감사보고서상 상환전환우선주 부채 규모는 1조1565억원이다. 홈플러스는 2월 결산법인으로 27기는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다.

RCPS는 발행사와 투자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자본으로도, 부채로도 분류할 수 있는 복합 금융상품이다.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투자사에 있으면 부채, 발행사에 있으면 자본으로 분류한다.  검찰은 지난해 초 한국리테일투자가 보유한 RCPS가 돌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처럼 처리된 데 주목한다. 이를 통해 실제로는 자본잠식 상태였던 홈플러스가 재무적으로 덜 위험한 기업인 것처럼 꾸며(분식), 기업 회생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의심 포인트다.

IB업계에선 홈플러스 RCPS가 MBK식 경영의 폐해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홈플러스는 2019년 이후 실적이 점점 악화됐다. 그런데 이 시기에 RCPS 이자 명목으로 한국리테일투자에 제22기(2019년 3월~2020년 2월) 821억원, 제23기(2020년 3월~2021년 2월) 844억원, 제24기(2021년 3월~2022년 2월) 846억원, 제25기(2022년 3월~2023년 2월) 987억원, 제26기(2023년 3월~2024년 2월) 1154억원을 각각 지급했다. 여기에 제27기(2024년 3월~2025년 2월) 이자 1269억원까지 더하면, RCPS 이자 명목으로 홈플러스에서 한국리테일투자로 유입된 금액은 총 5831억원에 이른다.

회사(홈플러스)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장기적 경영정상화보다 투자수익을 뽑아내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주경제=송하준·양보연 기자 hajun8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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