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경찰에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의 노트북을 임의제출하면서 자체 포렌식 조사를 했단 사실을 알리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쿠팡 발표를 보고 나서야 포렌식 사실을 확인했단 것이다. 쿠팡의 ‘셀프조사’를 두고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사 중인 경찰에게 의도적으로 포렌식 등 자체 조사를 감춘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지난 21일 쿠팡 측으로부터 피의자 노트북을 제출받았고 당일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조사내용에 대해 “제출경위만 조사했다. 쿠팡 측 자체 조사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며 “(쿠팡이 제출한 노트북에 대해) 자체적으로 포렌식했다는 등 진술을 받진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쿠팡이 셀프조사 결과를 발표한 25일에야 제출된 노트북에 대해 민간업체가 포렌식 조사했단 사실을 인지했단 취지다. 쿠팡은 발표 당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왔다”며 사이버 보안업체 3곳에 의뢰해 진행한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경찰이 현재 쿠팡이 제출한 노트북에 대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관련 참고인 조사도 추가로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증거훼손 등 불법 행위 여부 또한 확인한단 방침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만약 허위 조작된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며 “(훼손·조작이 확인되면) 증거인멸이 될 수도 있고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