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가 약 14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내수 중심 산업’이라는 오랜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술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는 일부 대형 제약사에 국한되지 않았다. 신약 후보물질, 바이오의약품, 항체·세포유전자치료제(CGT), 플랫폼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며 기술수출 포트폴리오 역시 한층 다변화되었다.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한 대형 계약은 물론, 중견·중소 바이오기업의 전략적 기술이전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술수출의 ‘질적 변화’다. 과거에는 초기 후보물질 위주의 계약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임상 단계가 상당 부분 진행된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에 대한 대규모 계약이 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임상 수행 능력이 글로벌 기준에 근접했음을 뜻한다. 단발성 계약이 아닌,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포함한 장기적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산업적 의미가 크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체 연구는 물론,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왔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외부 기술 도입을 적극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수출 성과가 단기적인 호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제고는 후속 투자 유치와 추가 기술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기술수출을 계기로 해외 임상 확대와 현지 법인 설립 등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기술수출 이후 임상 성공 여부와 상업화 성과에 따라 국내 산업의 신뢰도는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또한 특정 분야에 대한 쏠림 현상을 줄이고,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기술수출 20조원 돌파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가능성의 산업’을 넘어 ‘성과를 증명하는 산업’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한국 제약·바이오의 도전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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