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계에 결국 선 넘는 기업들…K-프랜차이즈 확장 치트키는 ‘MF’

글자 크기
내수 한계에 결국 선 넘는 기업들…K-프랜차이즈 확장 치트키는 ‘MF’
맘스터치·투다리·BBQ 등…국경 넘어 약진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어…‘주류’로 자리
외식 브랜드 ‘투다리’의 대표 메뉴 김치우동. 보기만 해도 얼큰함이 느껴진다. 김동환 기자
올해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내수 시장의 한계와 고물가·고금리라는 삼중고 속에서 ‘K-푸드’와 ‘K-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진출보다 현지 유력 기업과 손을 잡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MF)’ 계약에 사활을 건다는 사실이 특히 주목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중앙아시아의 신흥 강국인 우즈베키스탄 현지 기업과 MF 계약을 체결한 맘스터치의 약진이 돋보인다. 맘스터치는 직접 법인을 세우는 모험 대신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를 거쳐 한국식 맛을 빠르게 이식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지 파트너와 함께 버거와 치킨을 결합한 맞춤형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모델을 선보이며 중앙아시아 시장의 거점을 마련했다.

외식 시장의 전통 강자들도 MF로 대륙을 넘나드는 영토 확장에 나섰다. 중국에서 ‘토대력’ 브랜드를 30년간 운영해온 외식 브랜드 ‘투다리’는 캐나다 현지 법인과 MF 계약을 맺으며 북미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중국 내 MF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인 시장을 넘어 현지 메인스트림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제너시스BBQ 그룹 윤홍근 회장(오른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서 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Good Tree South Africa’의 이동일 대표이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송파구 BBQ 본사에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BBQ 제공
제너시스BBQ 그룹도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력 유통사로 현지에서 3000여개 슈퍼마켓 브랜드를 운영 중인 ‘굿 트리 사우스 아프리카(Good Tree South Africa)’와 MF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유통망을 쥐고 있는 파트너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쌓았다는 의미가 있다. BBQ는 29일에도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중심으로 외식·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운영하는 전문 기업 ‘레스토파크(Restopark KZLLP)’ 그룹과의 MF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다리야 푸쉬키나 레스토파크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와 제너시스BBQ 그룹 윤홍근 회장(〃세 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BBQ 제공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MF 파트너 선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해외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은 자금과 리스크다. 직영점 운영 같은 직접 진출을 택하려면 현지 법인 설립, 부동산 계약, 인력 채용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성공 보장이 어렵다. 반면에 MF는 현지 파트너사가 모든 초기 투자비용을 부담한다. 본사는 브랜드 사용료와 가맹금을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져갈 수 있으며, 자본력이 부족한 기업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최적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

현지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나 관련 법령을 한국 본사가 직접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현지 관료 사회와 비즈니스 생태계를 꿰뚫는 MF 파트너가 방패이자 좋은 가이드가 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 등을 통한 ‘K-컬처’ 확산으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현지 기업에서 먼저 한국 프랜차이즈에 러브콜을 보낼 수도 있다. 검증된 한국 브랜드를 자기 국가에서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현지 파트너사에게 엄청난 수익 기회가 되기에 기꺼이 로열티를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맘스터치앤컴퍼니 김동전 대표이사(왼쪽)와 우즈베키스탄 ONE FOOD LLC의 자파르 대표이사가 지난 8월26일 서울 중구 맘스터치앤컴퍼니 본사에서 열린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맘스터치앤컴퍼니 제공
다만, MF 계약이 늘 탄탄대로는 아니다. 본사와 현지 파트너의 동상이몽은 언제든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본사의 요구 사항과 파트너사의 형편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본사의 품질 관리 소홀로 위생 문제나 맛의 이슈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브랜드 전체로 퍼지게 된다.

그럼에도 업계에는 MF 계약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시각이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은 현지 유력 기업의 자본과 인프라를 ‘K-브랜드’라는 엔진에 수혈하는 고도화된 전략적 제휴라는 의미가 있다”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부할 수 없는 주류 비즈니스 모델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