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육곰 종식 선언했지만… 동물단체 비판 ”곰 목숨만 붙여두는 식 안돼” [정책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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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육곰 종식 선언했지만… 동물단체 비판 ”곰 목숨만 붙여두는 식 안돼” [정책돋보기]
올해부터는 웅담 채취를 위해 길러지던 곰들의 사육이 전면 금지된다. 정부는 정책 이행을 위해 6개월 계도기간을 부여했지만, 199마리나 남은 미구출 사육곰을 기간 내 적합한 시설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개정된 야생생물법에 따라 올해 1월1일부터 곰을 소유?사육?증식하거나 웅담을 제조?섭취?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알렸다. 정부는 지난해 1월24일부터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시행했으나 같은해 12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지난 2025년 9월 구조된 사육곰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곰 사육은 1981년 농가 소득을 높일 목적으로 수입과 사육을 허용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면서 1985년 수입이 금지됐다. 농가들은 이후 45년간 곰 사육을 이어오다 지난 2022년 정부와 곰 사육 종식에 합의했다. 2023년 법 개정까지 이뤘으나 여전히 갈 곳 없는 곰이 많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올해 곰 사육 농가와 협상을 지속해 34마리를 매입해 보호시설로 옮겼다.

문제는 사육 금지 이후에도 곰 대부분이 농가에 남아있고, 이들이 옮겨올 시설도 마땅하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사육곰들은 11개 농가에 199마리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곰 매입에 대해선 별도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고, 2022년 곰 사육 종식 협약에 따라 단체들이 매입을 맡아왔다. 현실적으로 농가가 요구하는 금액과 단체가 구매 가능한 금액이 맞지 않아 곰을 확보하기조차 어렵다.

지난 2025년 9월 구조된 사육곰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더 큰 문제는 장소다. 기후부는 전남 구례군에 사육곰 보호시설(49개체 정원)을 지었고, 충남 서천군에도 시설(약 70마리 정원)을 짓고 있다. 다만 서천군 시설 완공은 2027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기후부는 “현재 구례 시설 내 여유분이 있고, 민영?공영 동물원에도 사육곰이 들어갈 수 있는 여유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후부 설명과 달리 현실적으로 수용 시설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선임활동가는 “11개 농가 중 매각 의사를 밝혀주신 곳들도 있다”면서도 “곰이 머무를 장소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천과 구례 두 보호시설은 정원대로라면 120마리 가까이 수용이 가능해 200여마리에 달하는 사육곰 관리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서천 시설 완공까지 시간이 남았고, 두 시설의 현실적인 정원은 발표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 이다솜 자연생태팀 팀장은 “구례 시설 정원은 49개체지만, 이를 채우려면 합사를 전제해야 한다. 합사하지 않는다면 정원은 최대 30마리가 될 것이다. 서천도 같은 방식으로 정원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강 선임활동가는 “우리 단체처럼 법적으로 사육 규격을 갖춘 시설이 없는 곳은 사육곰을 소유할 수 없다. (바로 보호 시설로 옮겨야 하고) 일부 농장에선 빨리 곰을 이송해가길 원하는분들도 있는데, 장소가 해결되지 않아 곰 구출을 서두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동물원으로 곰들을 보내는 것도 안전한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기후부는 2026년 신규 민간 보조사업으로 공용 보호시설 및 동물원에 곰 보호 공간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15억원 규모로 약 50마리 사육곰을 해당 사업으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구례 시설이 15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해당 예산으로 50마리를 맡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영세한 민간 동물원들이 맡으면 제대로 보호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천 시설 완공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기후부는 “최대 250만원 범위에서 곰 한 마리당 10∼15만원 정도 관리비를 보전해 매입 단가에 대한 견해차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6개월 계도 기간 동안 정부가 시민단체가 매입을 마치고, 정부는 그 기간 관리비를 농가에 줘 임시 보호를 하겠다는데 견해차가 큰 협상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부가 6개월로 이야기했지만 교착 상황이 길어져 곰이 농장에서 오래 머무르는 상황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부는 국내 소화가 쉽지 않은 만큼 사육곰의 해외 이송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 선임활동가는 이에 대해 “덴마크, 영국 동물원이나 미국 생추어리 쪽과도 이야기를 조금씩 나눠보고 있다. 단체들이 구례로 이송한 곰 중 건강 상태가 좋아 장기간 이동이 가능한 개체가 있다면 시도해볼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 행정상 곰 소유주는 구례군이다. 곰을 이송하려면 검역, 과정 등에서 구례군, 정부 등이 행정적 협조를 해주셔야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 후 새로 지어진 전남 구례군 보호시설로 들어온 사육곰이 새 보금자리에 누워있는 모습.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강 선임활동가는 “기후부가 최대한 곰을 살려보기 위해 현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다. 구례 시설도 국내 최고 전문가분들이 모여계신 곳”이라면서도 “법 통과 후 충분히 시간이 있었는데 예측 가능한 문제를 대비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접 보호시설을 운영 중인 최 대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고, 민간과 협력하겠다고 한 만큼 효율적인 방법을 단체들과 같이 논의했으면 한다. 정부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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